26/08/2026
개관 5주년 — 작은 것이 가장 강하다
올해 10월이면 문화관을 개관한 지 어느덧 5년이 됩니다.
그동안 이곳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연이 쌓였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고, 언론과 다녀가신 분들의 소개를 통해 작은 시골마을의 문화공간도 이제 제법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공간을 만드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것을 오래 유지하고 가꾸는 일이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 고치고, 손보고, 다시 만드는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과 시간이 그렇게 5년을 채웠습니다.
프랑스와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수많은 교회를 보았습니다. 크고 웅장한 성당과 예배당도 많이 보았지만, 오래전부터 제 마음속에는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예배당’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5년 전, 대나무숲에 처음 작은 예배당을 만들었습니다.
전문가의 솜씨도 아니고 화려하거나 럭셔리한 공간도 아닙니다. 하나의 건축물을 짓는다기보다 설치예술 작업을 하듯 제 손으로 하나씩 만들어갔습니다.
첫 경험이라 어설픈 부분도 많았습니다. 몇 번이고 고치고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예배당과 함께 보낸 시간이 어느덧 5년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아쉬움 때문에 이번에는 또 하나의 작은 예배당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동안 손에 피가 나고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겁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예술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그러하듯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쁜 마음으로 끝까지 작업했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작은 예배당’이 아니었습니다.
작지만 가장 큰 예배당이었습니다.
평소 제가 사진과 작업을 통해 이야기해왔듯 작은 것은 결코 작은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하나가 넓은 공간 전체를 이끌어가는 가장 강한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대나무숲과 넓은 하늘, 언덕이라는 큰 공간 속에서 아주 작은 예배당 하나가 시선을 모으고, 그 작은 존재로 인해 주변 풍경 전체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한 이 작업의 핵심이었습니다.
대나무숲의 짙은 초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생각하며 노란색과 빨간색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언덕 위 작은 예배당에 앉으면 하늘과 대나무숲을 함께 바라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곳에 잠시 앉아 풍경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조용히 기도하고, 또 누군가는 한 장의 사진으로 이곳에서의 시간을 기억할 것입니다.
새로운 예배당이 완성된 지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찾아오신 분들이 기뻐하며 사진을 찍고 공간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힘들게 제 손으로 만든 보람을 느낍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사진을 하는 분들 30여 명이 대형버스를 타고 단체로 문화관을 찾아오셨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먼 길을 찾아주신 분들을 바라보며 지난 5년의 시간이 잠시 스쳐 지나갔습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것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한 가지는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작은 것은 때로 가장 강합니다.
작은 예배당 하나가 넓은 대나무숲과 하늘을 끌어안고 그 공간 전체의 중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작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5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곳이 누군가에게는 사진 한 장의 기억으로,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마음속 이야기를 조용히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5년 동안 버티게 한 힘은
돈도 의지도 아니었습니다.
손에 피가 나도 다시 만들게 하고,
힘들어도 다음 날 다시 이곳으로 나오게 했던 것.
결국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가장 큰 버팀은
기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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